피터의 탄생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영화 제작 이전부터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였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완 맥그리거 등의 유명 헐리웃 거대 배우들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었습니다. 하지만 감독 샘 레이미는 영웅 스파이더맨과 평범한 청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데에는 영화 사이더 하우스에서부터 눈여겨봤던 토비 맥과이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토비를 캐스팅했다고 합니다.토비는 스파이더맨의 영웅다움은 물론이고, 피터의 바보스러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가 대놓고 그린라이트를 보내도 말 한마디 못 하는 순진한 바보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너드 혹은 순진한 바보의 모습을 완벽하게 선보였습니다. 현재까지도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초인적인 능력
피터가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린 뒤 초인적인 능력을 얻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피터 파커를 문 거미는 클로즈업 장면을 제외하면 CG가 아니라 진짜 실제 거미였습니다. 당시 CG 수준이 불만족스러웠던 샘 레이미 감독은 실제로 거미를 마취시킨 뒤, 그 위에 메이크업을 했습니다. 곤충학자 스티븐 커쳐의 도움을 받아 해당 장면을 찍어냈다고 합니다. 참고로 거미의 안전을 위해 거미 위에 바로 색을 칠하지 않고 얇은 덮개를 씌운 뒤 색을 칠했다고 합니다. 거미의 생명을 지켜주는 게 멋지긴 하지만 촬영 후의 인터뷰에 따르면 거미가 죽으면 저주에 걸려서 영화가 망할 것 같아 특별히 더 신경 썼다고 합니다. 또한 샘 레이미 감독은 해당 씬에서는 검은과부거미를 사용하려 했으나 이 거미의 독은 심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서 아쉽지만 별 꼬마 거미를 사용했다고 합니다.그리고 감독의 열정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납니다.피터가 학교 식당에서 식판으로 음식을 받아냈던 장면 역시 CG가 아니라 100% 실제 장면입니다.감독은 해당 장면을 영화 속 핵심 장면 중 하나로 여겼습니다.토비의 손에 직접 접착제를 발라 급식 판과 고정한 뒤 토비가 이 장면에 성공할 때까지 계속했다고 합니다. 무려 16시간 연속 촬영으로 총 156번의 촬영 끝에 해당 신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토비 맥과이어는 영화의 명장면이었던 거꾸로 하는 키스신에선 코의 빗물이 쉴 틈 없이 들어와서 숨이 막혔다고 합니다. 토비는 엔딩 싸움 씬 촬영 중 실수로 진짜 턱을 한 대 얻어맞기도 했다고 합니다. 스파이더맨 코스튬에는 비밀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제작진들이 코스튬을 머리 부분을 제외하곤 완전 딱 붙는 일자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바람에 화장실을 갈 때마다 지옥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촬영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코스튬은 결국 촬영 기간 중간에 수정해서 화장실용 구멍을 추가해주었다고 합니다. 스파이더맨 영화와 원작 코믹스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다른 영화의 스파이더맨들처럼 원작에선 별도의 기계 일명 '웹스터'를 이용해 거미줄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다른 영화와 달리 토비의 스파이더맨은 자체적으로 생체 거미줄을 발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개봉 직후 원작 코믹스 팬들은 이건 기존의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설정이라며 꽤 큰 불만을 표시 했었습니다. 그러나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주인공 피터가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그래봤자 고등학교 3학년이 그것도 단기간에 저런 어마어마한 접착성과 강도를 지닌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차라리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려서 몸에서 거미줄을 발사한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인 것 같아 제작 중간에 웹스터 설정을 삭제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미공개 예고편에서는 과거 웹스터 설정을 삭제하기 전 피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숨겨진 이스터 에그
2천500권의 만화잭을 모으고 있을 정도로 열렬한 코믹스 매니아였던 샘 레이미 감독은 마블 팬들이라면 눈치챘을 법한 이스터에그들을 영화 곳곳에 숨겨놓았습니다. 피터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대사 속에 등장한 커트 코너스 박사는 일명 '리저드'입니다. 데일리 신문사가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구하려 애를 먹던 장면 속에 언급된 에디 블록은 일명 '베놈'입니다. 노먼 오즈번의 동료 역으로 등장한 닥터 멘델 스트로크는 일명 '로봇 마스터'입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 피터가 그린 그림 스케치는 실제 원더우먼의 만화가 필 히메네스가 그린 그림들인데 이때 이 그림들 사이에선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스팅 레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라이벌 회사지만 DC코믹스 관련 이스터에그도 있습니다. 피터가 거미줄 날리기 연습할 때 친 대사가 슈퍼맨의 캐치프레이즈 UP AND AWAY와 DC의 SHAZAM이 변신할 때 외치는 단어 SHAZAM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터가 편집장에게 혼나는 장면은 베트맨에서 조커가 비키를 혼내던 장면을 오마주 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악당 '그린 고블린'은 초거대 기업 오스코프의 사장 노먼 오스본이 잠재력 각성 약물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 캐릭터입니다. 그 결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얻게 되었지만 조현병이 생깁니다. 극도로 폭력적인 두 번째 자아를 갖게 되면서 스파이더맨의 메인 빌런으로 거듭나는 인물입니다.'그린 고블린'이라는 본인의 이름답게 초록색의 고블린 형태를 띠고 있는 쇼킹한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는 초기 콘셉트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순화된 버전입니다. 초기 콘셉은 원작 코믹스 보라색 후드를 쓰고 있으며 얼굴 부분이 마스크로 이루어져 있어서 표정이 일일이 하나하나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무섭게 표현되어 비호감이라는 이유로 삭제 처리되었다고 합니다.그린 고블린 역시 존 말코비치, 짐 캐리, 로버트 드 니로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었는데 해당 역의 배우 일렘 데포는 스파이더맨 1의 대본을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해 본인이 직접 감독에게 찾아가 오디션을 보며 적극적으로 어필한 결과 역을 따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관객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액션신을 소화하겠다 말하며 글라이더를 다루는 법부터 촬영마다 580개 부품으로 구성되어 한 번 입는 데 최소 30분이 걸리는 의상을 입고 스턴트의 95% 이상을 직접 본인이 소화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영화 속 자기 아들인 해리 역에 제임스 프랑코에게 실제 아버지와 아들인 것처럼 머리 색깔을 둘 다 갈색으로 일치시키자는 디테일을 살리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나오기 전이었던 제임스 프랑코의 첫 촬영 신에서는 그가 염색하기 전 그의 원래 머리인 검은 머리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